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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의 상담실 이야기
    대한에이즈예방협회 2022/02/15 16


 

[97%는 오해]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다른 곳으로 이사를 훌쩍 가버렸다. 그 이유도 모른 채 의아함만 가지고 있던 그 어느 날, 전화가 와서 말한다. 몇 번이나 망설이면서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주저주저하는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 몇 번이나 용기를 주는 대화가 오간 뒤에 그가 입을 열었다. 그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는 놀란다’ 고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 사무실에 올 때마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놀란다는 것이다. 놀라는 것을 보니 자신의 흉을 보다가 놀란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어느날 그가 자그마한 실수를 하였다. 평소에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자신이 실수까지 했으니 사람들이 이래 나를 보고 놀라는구나! 생각하니 사람에게 얼굴을 내보이는 것이 힘들어졌고 급기야는 이사를 가야겠다고 생각을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 그는 이사를 훌쩍 가버린 것이다.

 

또 다른 분의 이야기다.

기관의 상담실에서는 심리상담 뿐 아니라 사회복지적 지원을 연결해서 해야 할 때가 있다. 당장 주거지가 없거나 거기다 돈마저 없다면 심각한 일이어서 관련 기관의 협조를 얻어야 할 때가 있다. 여러 기관의 협조로 그가 우선 견딜 수 있도록 나름의 조처를 하였는데 그는 주말에 문득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하며 “이제는 연락도 드리지 않겠습니다.”라고 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니 주말 워크샵 참여로 통화가 어려운 순간이 있었다. 앞에서는 강의를 하고 있어서 빠져나오기는 어려운 공간, 그에게서 오는 전화를 못 받고 문자로 연락을 달라는 응답을 하였다. 그러면서 주고받은 글자 몇 개에 오해가 된 구절이 있었나보다.

그러면서 이제는 연락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하는 문자가 온 것이다.

주말이 지나고 그에게 문자를 보내었다.

“편안한 시간에 연락을 주십시오!”라고. 그래서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내가 전화를 못받는 이유까지 문자로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를 귀찮아하는구나!’

라고 생각을 하고 고생시킨다는 마음에 ‘이제 내가 알아서 하지 뭐!’ 하고 그런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이런 일은 사회복지 현장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내 마음속에 없는 이야기를 내담자들이 할 때 말이다.

“저는 이전의 상황에서 이런 생각을 했기에 소장님께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건 사실이 아니고 오해입니다”

등의 대화가 오가는 건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 오해를 가지고 있더라도 대화를 통해 풀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니까.

 

위의 첫 사례만 해도 그렇다. 사람들이 자기만 보며 놀라는 걸 보니 자기가 싫은 것이다라는 것은 그의 가설이다. 한 가지 가설이 명제가 되려면 그것이 성립이 되는 참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확인 차원에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는 발소리가 없다. 그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기에 인기척도 없다. 과거 양반님들처럼 ‘에헴’하는 시절도 아니다. 발소리나 인기척 없이 갑자기 문쪽에서 사무실 직원들에게 말을 건네면 등 돌리고 일하던 사람들은 놀랄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상황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두번째 사례에서도 삶에서 갑자기 뿌리가 없어진 그가 한 구절의 자발적 오해로 더 힘들어질 위기로 자신을 떠밀어버리는 것이다.

“제가 귀찮으신가요?”라고 한마디 묻는 것이 어렵다면 대화의 문맥을 살펴보면 알텐데 상처입은 사람들은 그게 안된다. 오해는 쉼고 이해는 어렵다.

 

그런데 우리 마음은 반대이다. 이해는 쉽고 오해는 힘들고 어렵다.

글자를 보라! 이해는 한 길이다. 오해는 다른 길이다.

우리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이해하는 감정은 편안하다. 오해하는 감정은 의문투성이이고 의심이 일어나고 분노도 올라와 곱씹어 생각을 하게 한다. 심지어는 잠도 못 자고 고통스럽다.

 

이렇다면 내 마음의 본심을 살펴보라! 오해 아래에도 본심은 언제나 있다. 갑자기 나타난 자기를 보고 사람들이 놀란다면 나는 사람들로부터 환대받고 싶은 사람이구나! 그래서 놀라는 표정을 보면 상처를 입는구나!

나는 상담사와의 진심어린 소통이 필요하구나! 일이 대충대충 처리되는 듯이 보이면 나를 철회하고 싶을 정도로 내가 소중하게 대해지는 것이 중요하구나! 나를 힘들게 하는 오해를 넘어 나를 편안하게 하는 깊은 내 본심을 찾는 이해로 오늘도 우리 상담실을 오시는 분들이 편안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