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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의 상담실 이야기
    대한에이즈예방협회 2022/11/23 30

 

[전전긍긍, HIV/AIDS 감염인이 말하는 생애사 이야기!]

 

HIV/AIDS 감염인의 삶은 불안하다. 요즘 TV에서 원숭이두창이란 말만 나와도 불안해진다. 혹시 관련해서 에이즈가 함께 나올까 봐 전전긍긍한다. 감염된 지 얼마 안 된 어떤 분은 TV에서 에이즈 할 때 “에”만 나와도 귀가 번쩍, 레이더가 켜지듯이 긴장한다는 말을 하셨다. 그뿐이랴 누가 나의 에이즈 감염 상태를 알아챌까, 스치는 말 하나에도 편안한 자리에서 마시는 술 한 잔에도 긴장하고 두려워한다. 그러다 보니 나의 감염 사실을 모르는 사람과는 술자리도 피하게 되고 편안한 만남도 조심스럽기만 하다. 

 

감염은 질병으로 인한 것이고 운이 나빠서 감염인이 된 것이니 이렇게 긴장하고 두려움에 떨 병이 아닌데, 사회가 감염인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탓에 무얼 해도 눈치가 보이고 불안함을 가슴에 달고 지낸다. 그러니 길을 가다가도 누가 나를 유심히 쳐다보면 “감염인이란 것이 외모에 티가 나나?” 하고 화장실에서 얼굴을 한 번 더 가다듬게 된다. 

 

이런 감염인 분들이 구술생애사 작업을 시작하셨다. (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HIV/AIDS 감염인이 말하는 생애사 이야기 사업에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참여하기로 하신 분들은 생애사 구술 활동을 위해 공부를 시작하셨다. 첫 수업 시간, 자신을 소개하시라는 말에 벌써 구술 활동을 하듯이 줄줄 자신의 삶을 풀어내신다. 얼마나 목이 말랐던가? 상담실과 집단상담을 제외하고 자신을 어디에서 술술 말하겠는가? 지금까지 숱한 강의를 들으셨다. 그리고 나누기도 하셨다. 그렇지만 진정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은 얼마나 있었던가? 

 

아니, 상담실에서조차 갈급한 순간의 상황을 이야기하시지 긴 자신의 삶 전체를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스스로 안전하다 느끼는 자리에 오니 자신의 이야기를 첫 소개 자리에서부터 술술 풀어놓으셨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어떤 수업보다도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참 오랫동안 말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나”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사회의 그늘에서만 숨죽이고 살았다.

그런데 이제는 “나”가 주인공이다. 감염인인 “나”로서 있는 그대로 주인공이다!

 

생애사란 무엇이며 구술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수업을 통해 공부하신다. 소외계층, 소수자의 삶에서 생애사는 어떤 의미인지도 들으신다. 사회의 소수자로서 생애사는 이 세상의 커다란 역사에 합류하는 많지 않은 길 중의 하나다. 지금이라도 생애사로서 역사에 합류하게 되니 함께하는 상담실에서도 감동이다. 

이제 이분들의 무수한 이야기가 터져 나올 것이다.

 

"수술하려 했는데, 처음엔 된다고 했으면서 병원에서 감염 사실을 알리니 거부했어요!"

"에이즈라고 비닐 칭칭 감은 치료실에서 수술을 하자고 해서 몹시 불쾌했어요!"

"나는 존재 자체로서 거부당하는 거야! 병원에서 거부당하는 것도 당연하지! 생각하고 죽으려고 했어요! "

 

이렇게 말하시는 감염인분들과는 달리 우리 에이즈 예방교육 강사단 선생님이 수업을 다 한 뒤에 학생들의 반응을 전해 주신다. 

 

“의사에게 감염인이라고 말해주면 좋은 것 아니에요?”

“의사는 조심해서 원칙대로 장갑 끼고 수술을 하는데 뭐가 그리 문제가 될까요?”

“에이즈가 일상으로 전파가 되는 것도 아닌데, 함께 밥 먹어도 괜찮고 침으로 땀으로 감염을 못 시키는데... 뭐가 문제죠?”

“U=U(투약하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고,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면 감염되지 않는다)라면서요! 왜 그렇게 난리들인가요?”

 

에이즈에 대해 수업을 들은 학생의 반응처럼 이번 생애사 구술로 인해서 우리 사회가 변화했으면 좋겠다. 이제 감염인들의 삶은 드러내어져 이야기된다. 다음 달 상담실 이야기에서 생애사 구술 활동이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 다시 알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