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소통되고 움직이는 그림
상담실에서 만나는 분 중에서 늘 힘들고 고통스러워 겉모습만 보아도 힘드시구나!가 느껴지는 분이 계신다.
그분이 미술치료의 일종인 마그마 워크북에 그림을 그리도록 안내해 드렸다. 옅은 필압에 정리되지 않은 바탕에 맨바닥이 드러나 있고 엉성하게 그려졌다.
그 면의 바탕을 제대로 채우도록 말씀을 드리고 제목 글씨를 지우며 대화를 나누다보니 커다란 새가 보였다.
무의식의 내면이 이렇게나 크니 지금 감염이 되어 힘든 현실이 이토록 힘드셨구나! 생각이 되었다.
현실 자아와 내면 자아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현실이 힘들기에 우울하고 고통스럽게 느낄 수가 있는데 이분이 그 상태로 보였다.
아래 새의 턱 아래에는 소중한 그 무엇이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입에 물려있었다.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고 달려가고 있는 커다란 새는 새끼를 품고 있었다.
새끼를 품고 커다란 소중한 것을 물고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그 새는 엄청난 에너지를 주었다. 그 새를 구겨지지 않도록 단단한 면에 고정시켜 집으로 가지고 가시도록 하였다.
그랬더니 안그래도 우울했던 날이라 악몽을 꾸게 되었다. 커다란 새에게서 뭐가 나타나는 듯이 느껴져서 무서웠다.
그래서 다시 상담실로 그림을 가지고 오셨다. 이 새가 자아라지만 자아라고 생각되지 않는 낯선 멋진 모습이기에 낯이 익지 않아서 두렵게 느낄 수도 있다고 말씀을 드렸다.
이후 상담실에서 검은 무의식의 라인에까지 흰점을 찍어 에너지를 올렸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그 모습을 보고 보기에 좋다고 하셨다.
그러고 나서 상담자 곁에 둘테니 한번씩 보고 또 보면 달라지고 눈에 익어지면 "저것이 나의 내면이구나!" 생각될 수 있음을 알려드렸다.
우울한 마음이 꿈분석을 통해서 사라지기 마련인데 그의 경우는 너무 깊은 트라우마 속에 있었기에 다시금 우울해졌을 때에는 속수무책일 경우도 있을 정도로 내면과 현실의 삶이 단절되어 있었다. 상담을 하시도록 약속을 잡았다.
오늘 상담실에서의 만났다. 지난번 그린 그림을 들고 마주 앉았다. 너무나 힘든 꿈을 꾸었다고 하시면서 우울하고 먹지를 못하겠다고 하셨다.
오전 10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아무것도 드시지 않고 빈속으로 상담실로 나오셨다. 간단한 요기를 하시도록 하고 마주 앉아 꿈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모르는 사람들과 설악산 흔들바위로 갔는데 자신이 거기서 흔들바위를 밀려고 하고 있었다. 여기 내 몸이 있는데 저기 내가 또 있다니! 너무 이해가 되지 않고 놀라서 자신에게 말했다. “거기를 밀면 위험하다고 흔들지마~!” 하였다.
그러다 깨어났는데 자신은 늘 여러가지 생각으로 괴롭다고 하였다. 너무나 많은 생각 - 그 생각 주머니는 새가 입에 물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물었더니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가 나중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럼 그 생각주머니를 해체해도 되겠느냐고 물으니 해체하자고 하셨다.
생각주머니를 떼어내고 보니 정말 커다란 새가 입에 문것 없이 가볍고 시원하게 날고 있었다.
그 생각주머니가 어떻게 되고픈지 물으니 시원하게 자유롭고 싶다고 하신다.
그렇다면 다른 마주하는 새로 만들어도 되겠냐고 하니 좋겠다고 하신다.
그래서 그것을 새로 만들었더니 화폭이 좁다. 더 크게 폭을 만들어 새 눈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양쪽에 날개를 붙여 새를 만들고 보니 원래 자아보다 더 큰 머리의 커다란 새가 되었다.
자기 내면의 자신을 지키고 있는 또하나의 자아! 그 자아는 너무나 커다랗다.
그런데 생각주머니에서 나온 새의 중심핵인 눈이 흔들바위같이도 느껴진다. 흔들거릴 것 같은 흔들바위. 그가 멈추고 싶었던 것은 마음속의 울렁이고 흔들려서 괴로운 마음과 연결이 되는걸까? 질문에 대답이 없으시다.
그는 자신의 속에서 나온 커다란 자아를 보더니 시원하고 좋다고 하신다. 완성된 그림은 집에 가지고 가면 다시 꿈에 이상한 것이 나타날 것이니 힘들다고 한다. 그러면서 상담실에 두라고 하신다.
다시 상담실에 두면서 내면과 다시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모습이 마지막 그림이 될 수도 있고 이후 다르게 변화할 수도 있다.
그의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그가 그의 내면에서 나온 모습과 익숙해지기를 바란다.
이후 상담실에서의 만남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