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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의 상담실 이야기 <죽고 싶다 살아났어요> (2021)
    대한에이즈예방협회 2022/06/16 16


 

 

 

오늘 병원에 갔는데 병명이 하나 더 늘었다.
우울증에다 병명이 늘어날 때마다 심각한 생각이 든다. 죽고 싶다. 너무나 쉽게 친구들은 저 세상으로 가는데 나는 왜 여기에서 이러고 있는지?
정말 힘들다.
상담실에 전화하니 상황을 들으시고는 힘들겠다 하셨다. 그리고 죽고 싶다는 말을 했더니 색칠그림으로 죽고픈 마음을 표현하라고 하신다.

이렇게 죽고픈 마음을 표현하였다. 덧칠하고 덧칠하고 손에 힘이 없어서 이만큼 칠해도 많이 칠한 것이다.

상담실에서 더 색칠하고픈 것을 하였다. 파랑으로 우울한 마음을 표현하고 빨강으로 표현하였다. 빨강을 칠하면서 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뛰어내려 죽는 건 힘들다. 대신 도구를 써서 나를 단번에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럴 때 보이는 피를 붉은색으로 표현하였다.
“화도 나나요?”는 선생님 말에 “화도 나요!” 라고 말했다.
이렇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에이즈에 감염된 몸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너무 화가 난다. 다른 사람들은 잘도 죽더만 나는 죽어지지도 않는다.
상담실 선생님이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이 색칠 위에 무언가 표현하려면 무엇을 하고픈지 물으신다. 하얀 색을 올리고 싶다고 하였다. 하얀 원 한 개가 내가 원하는 위치에 그려졌다. 마음에 든다. 다른 원하나가 더 그려지고 나와 선생님과 함께 하나씩 그려졌다.

마음에 든다. 그러고 나니 죽고픈 마음이 사라지고 편안해진다.
이렇게 그려졌다. 이것이 최종 그림이다. 이렇게 내 안에서 태양이 되고 싶고 중심을 잡아서 잘 살고픈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되는 여건이 아니니 그렇게나 우울하고 힘들었던 것이다라고 상담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눈물이 난다. 그러면서도 이 순간은 살아나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