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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의 상담실 이야기 (2021)
    대한에이즈예방협회 2022/06/16 18

 

 


 

[2021년 4월 19일]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 하루 앞선 4월 19일은 HIV감염인의 장애인권을 표현하러 국가인권위원회 서울사무소 앞으로 간다. 그날 우리는 손가락 절단이 된 채 여러 병원에 전화하여 접합수술을 해 달라고 말했던 그의 이야기를 가지고 기자회견을 하고 인권위 진정을 할 것이다. 그 진정은 HIV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수술을 안해주겠다는 병원을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과 관련해서 규탄을 하는 것이다.
당시 수술이 늦어진 관계로 그는 현재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힘쓰는 것이 어렵다. 그것도 가장 힘을 쓰는 엄지손가락이다. 진정의 의미에는 수술을 거절을 당해 장애를 초래케한 병원들에게, 언제나 의료인으로서 차별하지 말고 진료를 해달라는 요구와 부탁도 들어있다.

엊그제 금요일 퇴근 무렵의 일이다.
긴급히 서울에 있는 청년 단체로부터 연락이 왔다. 감염인 한 분이 현재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한다. 무슨 일이냐니까 그가 배가 아파서 병원을 갔더니 급성 맹장염이라고 수술을 하여야 한다고 했다. 그가 간 작은 병원에서는 안되니 수술이 가능한 큰 병원을 가라는 소리를 듣고 그는 감염인이기에 어느 병원을 가야햘지 가늠을 할 수 없었다한다. 그의 감염 사실을 모르는 3차병원에서 알려주는 병원으로 달려가는 길에 혹시나 하고 전화를 한 것이다.
겨우 상담실과 소통이 되었는데 상담실에서는 대구의 어느 병원을 그가 다니는지를 알아야 했다. 그래서 확인을 하니 서울의 병원이었다. 대구에 그를 연계할 병원이 없어 청천병력같은 걱정을 안고 소통하였다.
당사자 감염인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우리 감염인을 치료하거나 수술해주지 않는 병원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래서 당장 감염내과가 있는 큰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해두고 관련 의료진과 통화를 하였다.
“응급실로 가면 수술이 가능할 것입니다. 혹시나 감염을 이유로 수술을 안해주면 다시 전화를 주십시오. 그리고 지금 현재 상황, 약을 잘 먹고 있으며 바이러스가 잘 조절되고 있다고 말하시라고 하세요.”
그에게 그렇게 전했더니 이제 안심이 되고 편안한 마음이 되었다. 그렇게 하겠다. 감사하다고 하였다.
여기까지 연계하고 있었는데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들은 이야기는 아래와 같았다.
그가 상담실과 통화한 A대학 병원을 가서 응급실에 입원했더니 수술실이 모두 차 있었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응급실에서 소개해준 다른 B병원으로 갔더니 그곳에서는 감염인이기에 수술을 안해준다고 하였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다시금 차를 타고 A대학병원으로 돌아왔는데 마침 수술이 취소된 방이 있어 수술을 했으며 그는 수술 잘 하고 회복 중이라고 하였다.
누가 요즘 세상에 급한 맹장수술을 에이즈라고 안 해주는가?
일각을 다투는 시간에 그가 만일 잘못되었다면 어쨌을까?하는 아찔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B병원을 상대로 수술거부로 진정을 하는 것을 물어보니 괜찮다고 한다. 비록 자신의 수술을 거부했지만 그가 보인 태도까지 문제는 아니었나보다. 그렇지만 감염인의 의료권을 위해서는 감염인의 인권을 위해서는 문제 삼아야 한다.
누구도 의료로부터 차별받고 배제되어서는 안된다.
누구도 손가락을 들고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해서는 안된다.
터지기 직전의 맹장을 부여안고 이 병원 저 병원 다녀서는 안된다.
에이즈는 긴박함도 없애버리는 무서운 질환이다.
누구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자기를 드러내고 살아가기 힘들다. 병원이란 곳에만 감염인은 존재한다. 왜냐하면 병을 다루기에 감출 수 없는 곳이기에 병원에서는 감염인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
드러내었지만 병원에서 차별과 거부를 당할 때 그들은 다시금 좌절한다. 숱한 자기들에게 등을 돌린 친구와 가족들에 의한 아픔이 재현된다.
그 외의 곳에서는 감염인은 존재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존재가 없다면, 내밀한 그의 비밀이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는다면, 그는 비닐을 뒤집어쓴 삶을 사는 것과 다름이 없다. 밝은 태양 아래 숨쉬고 살지 못하는 것이다. 누구나 맑은 공기와 바람으로 소통하며 살고 싶다.
“HIV 감염인도 이 나라의 사람이며 우리 여기에 있다. 그러니 우리를 차별적인 시선으로 대하지말고 비닐 속에서 목숨을 부여하는 우리에게 장애로라도 인정해 달라!”
이 말이 21년 4월 19일 국가인권사무소 앞에서 울려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