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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의 상담실 이야기 (2021)
    대한에이즈예방협회 2022/06/16 38

 


 

 

21년 9월의 상담실이야기

[나의 운명을 사용하기 어려워요!]

마그마힐링으로 집단 상담 중에 한 집단원이 어머니 뱃속의 그림(새상징)을 두 개 그려진 곳에 색을 칠하였다. 놀랍게도 한 그림은 어머니와 자기에게 까만색을 칠하였고 다른 그림에는 온통 빨강을 칠하였다. 이 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었다.
까만색은 어머니 뱃속에서 게이인 나 자신을 표현한 것이예요! 게이인 자식으로 정해진 내 운명의 고통과 힘듦을 표현하였어요.
다른 빨간 상징은 묻지도 못하였다. 왜 내가 에이즈 감염인으로 살아가는가? 왜 내 운명이 게이여서 결혼도 못하고 가장 노릇도 못하고 이렇게 인생을 번듯하지 않게 남들과 다르게 살아가야만 하는데다 왜 저주받은 운명, 에이즈 감염까지 되는가? 하는 상담실에서 흔히 듣게 되는 운명의 고통, 억울함과 분노가 얽힌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게이로 태어난 것도 억울한데 원하지 않는 에이즈까지 감염이 되고 보니 정말 힘들다.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은 상담실,
상담실에 나와서도 일대일 상담에서는 위안을 얻고 공감을 받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공간에서 타인과 함께 하면 뾰족뾰족 모난 곳들이 부딪힌다. 나의 운명을 받아들이기 힘든 분들이 나름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데 말 한마디가 곧 비수같이 꽃혀서
“사람들은 꼴보기 싫어!”
“진절머리가 나!”
하는 상황이 되어버리면 정말 힘들어진다.
매주 수요일 모이는 집단상담에서는 ‘내’가 고스란히 드러날까봐 힘들다. 누군가가 함부로 ‘나’를 말해버릴까봐, 동료들도 심하게 의식이 된다. 점심을 먹고 다 같이 오후 교육프로그램이 있다. 자주 강사가 바뀌고 프로그램도 바뀐다. 그래서 도움이 되고 즐겁기도 하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왜 이런 프로그램을 하는가? 밥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하시는 분도 있으니 ‘나’는 좋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한두 마디로 괴로운 상황이 되어버린다. 다들 내 마음 같지 않다.
그래서 안나오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가족과 단절되다시피 하고 직장도 에이즈라고 못다니고 있기에, ‘내’가 먼저 만나자 할 사람도 없고, ‘나’를 만나겠다는 사람도 없다. 오직 매주 수요일, 대한에이즈예방협회대구경북지회 상담실에서 프로그램으로 만나는 이것이 공식적인 외출의 가장 중요한 날이다. 그럼에도 이렇게나 마음이 힘들 때가 있으니 ~
아 ‘나’의 운명이여!
혹여라도 외부 캠페인이라도 있을 때는 쥐구멍으로 숨고 싶다. 내 얼굴을 누구가 알아볼까? 혹여라도 내가 감염인임을 내 옆집 아줌마가 알아볼까? 내가 게이일 수 있음이 의심당할까?
모질게 나를 따라다니는 눈칫밥 덩어리 두 개
에이즈와 게이 ~ !
어떤 분은 이성애자이면서 에이즈 걸리는 분도 많다지만 ‘나’는 곱절로 고통스럽다. 이 뱃속의 운명을 거부하고 반납하고 싶다.
엄마 뱃속에서 다시 다르게 태어날 수 있다면!
두 개의 상징들 중 붉은 상징 부분을 나누어 무의식의 기운을 돋우는 색을 올려 드렸다. 그리고 붉게 엄마를 가로막는 가림막 같은 부분을 무의식의 색으로 편안하게 하였다. 무의식의 나의 운명에는 빨강과 하얀 에너지를 올려 보충한다. 빨강 의식의 나에도 하얀 에너지를 올려 기운을 돋운다.
이제 ‘나’는 무의식으로 새로이 태어난다. 이제 ‘나’는 과거의 ‘나’가 아니다!
내 운명을 이제는 제대로 받아주고 싶다. 무의식 에너지로 다르게 점찍은 만큼!
내가 보는 나의 운명아~~, 이야야ㅂ~~! 변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