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에이즈로 힘들어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상담실이야기
상담실상담실이야기
  • 7월의 상담실 이야기(2022)
    대한에이즈예방협회 2023/02/06 78

 




[HIV/AIDS 감염인이 말하는 생애사 이야기 2]

생애사 이야기를 하는 현장에는 말하는 사람도 질문하는 사람도 모두 감염인이다. 상담자는 참관인으로서 가급적 말없이 경청하고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누락되었을 경우에만 질문자에게 전달해서 그가 물어보도록 하는 방식을 취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네, 저는요!”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시간, 어느새 한 시간을 훌쩍 넘어선 시간, 그 속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내가 처음에 에이즈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에이즈에 대한 인식들이 사회에 안 좋게 박혀서 나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내 스스로도 편견을 가지고, ‘나는 이제 끝이다. 더는 누구하고 살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옮기기 전에 내가 먼저 단절을 해야 되겠구나!’ 하고 모든 걸 중단시켜 버렸죠.다행히 이혼을 하면서 내 자식들한테 재산 좀 돈 있는 거 주고 집사람도 조금 주고 그럴 수 있었어요. 이후에는 진짜 맨몸으로 대구에 올라왔었죠. 진작에 에이즈가 어떤 병인지 알았으면 내가 그렇게 힘든 생활을 안 했을 텐데······. 에이즈라 하니까 이제 무조건 사람들이 나를 배척하고 또 조금만 나를 쳐다봐도 ‘저 사람 내 병 아는가 보다’ 이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내 행동, 움직이는 자세 모두 다 다른 사람들 위주로 살고 있었는데, 근데 지금은 내 위주로 사니까 나를 위해서 살고 이러니까 이런 편견도 사라지고. 요즘은 그냥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나?’ 하는 건 크게 없어요. 그냥 어깨에 있는 것도 다 내려놓고 마음속에 있는 것도 다 내려놨다가 한 번씩 어떤 일이 필요할 때, 예전에 과거가 생각날 때는 그것을 비추어서 생활하고. 단지 아직까지 사회가 우리 에이즈 환자들에게 가진 편견들 또 잘못된 인식들이 있는데, 이걸 좀 개선해 주면 우리 감염인 식구들이 좀 편하게 생활할 수 있지 않겠어요? 언제까지 우리에게 편견을 가지고 대할 겁니까? 예전에 우리가 결핵 걸리면은 그 사람 쳐다보지도 않고 옆에도 안 갔어요. 근데 지금은 결핵 걸린 사람들 별로 그렇게 생각을 안 하잖아요. 그것처럼 시간이 흐르면 우리 에이즈 환자들도 편견 없이 사회생활할 수 있도록 좋아지지 않을까?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인권이라는 것을 좀 더 공부해야 할 것 같고, 또 인권이 얼마만큼 중요한 것인지도 알아야 될 것 같아요! (A의 사례)

나는요, 우리 돌아가신 부모님이 꿈에서 나와요. 꿈에서 자꾸 따라오라고 그래요! 그러다 꿈에서 깨어나면 엉엉 울어요. 저는 너무 외롭고 괴롭고 사는 게 힘들어요……. ‘부모님 내가 이렇게 살 건데 왜 저를 낳으셨나요?’ 이런 생각도 들어요. 매일매일이 외롭고 힘들고 눈물 없이는 살 수가 없어요. 제가 감염되었으니까요.
저는 과거가 중요해요. 왜냐고요? 과거에는 내 가족이 있었으니까! 살아오면서 지금은 후회가 많아요. 옛날에 정말 하고픈 일도 있었는데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네요. 한이 많은 내 인생입니다. (B의 사례)

나는 의사가 감염 당시에 “00씨, 에이즈에 감염되셨습니다.”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정말 당시에 가족들이 모두 알게 되고 혼도 나고 그랬었어요. 난감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잘된 일이었네요. 당시에도 친구들이랑 온 가족이 병문안도 오고 간병도 해주고 그랬었어요. 지금도 친척 집에 가면 어이구~ 그런 병에 걸려가지고, 하면서 쥐어 박히기도 하지만 나는 놀라지 않고 말하는 분의 입을 틀어막으면서 쉿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가족 모두가 제 감염 사실을 아는 것이 다른 분들과는 다른 점인데, 그래서 오히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C의 사례)

나는 부모님이 어린 시절에 너무 잘해주셨어요. 나는 어머니에게는 둘도 없는 자식이었어요. 소풍 때마다 학교에도 오시고 도시락 준비도 선생님 것까지 풍성하게 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그 어머니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빚쟁이들이 몰려오면서 건강도 잃으시고 힘들어하셨어요. 어느 순간 나는 자연스레 우리 집의 가장이 되어있었더라고요. 그럼에도 그때도 지금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는데요. 어린 시절 가족 환경이 좋았던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에이즈에 걸렸지만 나름 살아가는 방법이 있고 일도 파트타임으로 하니 한 달 사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이 잘 살아가고 있는 셈이에요. (D의 사례)

에이즈에 감염이 된 것 외에는 우리 모두 살아온 환경도, 사랑을 받은 정도도 모든 것이 다 다릅니다. 지금에 와서 인생 이야기를 하고 인생을 되짚어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은 같습니다!

사회가 우리 에이즈 환자들에게 가진 편견들 또 잘못된 인식들을 좀 개선해 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인권을 찾기 위해서 우리도 무언가를 해야 하겠다는 심정도 같이 올라옵니다. 생애사 말하기에서 만난 한 분 한 분들은 자기 삶을 어떤 방향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살아오신 그저 우리의 이웃입니다. 감염이란 사실로 더 많은 압력을 받는다는 것 외에는요. 이 압력을 없애는 것은 이제 사회, 즉 여러분과 우리의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