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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의 상담실 이야기(2022)
    대한에이즈예방협회 2023/02/07 74

 

 

[모자이크를 뛰쳐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사진을 찍으면 모자이크를 당하는 이분들의 이야기는 상담실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인데 이번 구술은 책으로 편찬되어 나왔습니다. 아래 이야기는 “모자이크 속 사람들, 나를 외치다!” 생애사 구술기록에 참여한 분들과 함께 모여서 FGI(포커스그룹인터뷰)를 하고 난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고 싶은 분들은 차후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E-BOOk을 통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장애와 질병의 경계를 횡단하는 HIV 감염인 구술 생애사 FGI 기록>
*일시 : 2022. 9. 23
*장소 :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진행 : 전근배, 김시형, 차명희, 김도은
*참여 : HIV 감염인 생애사 구술자 5인 

 


Q. 생애사 구술에 참여한 분들에게 참여 소감을 물었습니다.

A : “늘 내 경험을 이야기만 하다가 인터뷰를 직접 진행해보니 아는 사람이지만 생소하게 들렸다. 말을 하면서 가슴 속에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B : “심란했다. 구술자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C : “인터뷰가 처음이다 보니까 아는 사람과 막상 하려니 어색함도 있었다. 내 이야기를 하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내 질병이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협회에서 활동할수록, 다양한 교육에 참여할수록, 개인이 아닌 사회문제라는 걸 알았다."
D : "과거에 많이 아팠고, 힘들 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장애 운동 관련해서는 관심이 많다. 내 경험을 통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 : "인터뷰에 임하기 전에 걱정이 앞섰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부담감도 생기고,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막상 진행하는 부분에 있어서 모두가 같은 질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편하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예전 인터뷰경험과 달리 이번 인터뷰는 편한 사람이라 좋았다.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Q. 신규 감염인에게 어떤 연계시스템 체계가 갖추어졌으면 하는가?
C : “확진되었을 때 약을 먹는 것부터 부담스러웠다. 병원에서 설명을 잘해주면 좋겠다. 약에 대한 정보가 없다 보니 신뢰가 없었다. 그래서 감염 사실을 알고 한 달 정도를 약을 안 먹고 버텼다. 보건소나 병원 그리고 의사와 간호사는 직업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연계될 수 있는 안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협회가 있고 어떤 곳이고 뭐 그런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B : “나는 병원에서 협회를 소개받고 검색해보니 협회와 자조모임 해밀이 있었다. 감염인끼리 야유회를 간다고 해서 다른 감염인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다. 그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병원과 잘 연계가 되어 내가 애써서 찾지 않아도 안내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보험 가입이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암에 걸려도 다 가입할 수 있다고 하는데, HIV는 안된다고 거의 모든 약관에 명시되어있다. 기존에 보험을 넣었어도 HIV라는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하지 못한다. 사보험에 가입이 자유롭고 그에 따른 혜택도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
E : “내가 처음 확진을 받을 때는 그 당시만 해도 HIV / AIDS는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조차도 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고 왜 하필 내가 이런 병에 걸려서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죄책감이 들었다. 정보를 줄 곳이 없으니 심리적으로 더 힘들었다. 그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있었더라면 몇 년 동안 혼자 숨어지내던 시간은 없었을 것 같다. 다른 신규 감염인들도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도록 다양한 단체들이 많으니 잘 연계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되면 좋겠다.”
D : “나는 온 가족이 다 알고 있다. 그때는 싫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편하다. 국립의료원을 처음 갔는데 상담간호사가 6-7명 있었다. 다른 병원도 다 그런 줄 알았다. 대구에 와서 처음으로 간 곳이 파티마 병원인데 상담간호사가 없어서 있는 곳으로 옮겼다. 감염 사실을 알고 충격은 받겠지만 괜찮다고 설명해주는 상담간호사가 의무적으로 배치되면 좋겠다.”

Q. 현재 HIV 감염으로 살아가면서 필요한 사회적 지지체계는 무엇인가?
A : “나이가 들면서 거동이 불편한 감염인이 늘어난다. 젊다고 해도 어떤 사고나 기회감염으로 거동이 불편할 수도 있다. 우리는 약을 주기적으로 받으러 병원을 방문 해야 하는데, 이동이 불편하니 병원을 가기가 힘들 때가 있다. 이들에게 의료보조기구지원이나 생활에 있어서 활동 지원이 되면 좋겠다. 또 일을 하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싶은데,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일을 한다고 해도 기초수급금 외에 경제활동을 통해 급여를 받는 것에 제한이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 개선되면 좋겠다.”
C :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내가 생활하던 집에서 편안하게 죽고 싶다. 아니면 남들과 똑같이 요양병원에서 차별받지 않고 지내다 가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고민이 생긴다.”
E : “내 삶에 감염인으로 살아온 세월이 더 길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단순한 아르바이트조차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활동의 어려움. 취업 등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다. (장애로 인정되어 장애인고용으로 되면 좋겠다.)”

Q. 생애사 구술을 통해 장애 운동에 대한 생각은?
C : “장애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당사자로 운동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B : 처음에는 희망이 보였다면, 갈수록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체감한다.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장애 인정을 위한 운동을 하면서 내 권리라고 생각하고 자신감이 생겼다.”
E : “장애 인정이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과보다 연대해서 지지하는 것,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런 것을 통해서 파이가 커지고 함께하는 과정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D : "장애 운동을 통해 앞으로 HIV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A :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보다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 이루어졌다는 말로 바뀌길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나서야 한다. 나부터 실천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