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인 정보

감염인 지원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갑니다.

HIV최신뉴스
감염인 정보HIV최신뉴스
  • 매일 10년 넘게 약 챙겨 먹지만…괜찮다 말하는 아픈 몸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2024/02/23 92

『매일 10년 넘게 약 챙겨 먹지만... 괜찮다 말하는 아픈 몸들』_ 김경학, 김정화기자(경향신문)

 

"바이러스가 아닌 사람"

 


HIV 감염인 상훈씨(활동명)가 지난달 서울 경향신문사 본사에서 자신의 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_ 서성일선임기자

 

 

 

올해로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15년 차인 상훈씨(36,활동명)는 지금 자기 몸과 "잘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바이러스 억제 치료제를 먹고, 3개월마다 병원에서 검진을 받는다. 그 결과 면역 수치는 '평범한'수준으로 유지 중이다.

 

HIV는 면역 체계를 파괴하는 바이러스다. 흔히 알고 있는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지만, HIV에 감염됐다고 모두 에이즈로 진행되는 건 아니다. 투약 등으로 면역 수치를 유지하면 에이즈로 진행되지 않는다. 에이즈로 진행해도 최근에는 충분히 관리할 수 있어 전문가들은 만성 질환으로 분류한다. HIV가 감염을 일으키려면 노출된 체액에서 바이러스양이 감염을 일으키기에 충분해야 하고, 혈류로 들어가야 한다. 이때문에 바이러스양이 충분히 검출되지 않으면 감염력도 없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도 잘못된 정보로 막연한 공포와 편견이 강한 질병이다. HIV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상훈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투경찰로 군 복무한 상훈씨는 2010년 전역했다. 전역 다음날 우편물 한 통을 받았다. 발신지는 집 근처 보건소였다. 아버지는 무슨 일인지 빨리 알아보라고 그를 재촉했다. 상훈씨는 통화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던 아버지를 바라보며 입을 뗐다. "HIV 양성이래요." 전역 3개월 전 정기 검진을 받았고, 양성으로 나온 검진 결과가 이날 통보된 것이다.

 

상훈씨 역시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없다. HIV 감염 사실은 혈액 검사를 하거나 복용하는 약을 확인하지 않는 한 인지하기 어렵다. 세간의 잘못된 정보, 오해로 감염 사실을 밝히는 건 쉽지 않지만 그는 굳이 숨기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을 통해 감염 사실을 밝히기도 했고, 연애 상대에게는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다만 감염 사실 밝히기 불안해질 때도 있다. 불이익이나 차별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자료를 보면, 감염인들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거부당하거나 수술 순서가 밀리는 등 차별을 받기도 한다. 상훈씨의 경우, 수술받기로 한 병원에서 그의 감염 사실을 안 뒤 식기와 환자복 등 그가 쓴 모든 것을 폐기해야 한다며 추가 비용을 요구하기도 했다. 상훈씨는 잘 관리하고 있다고 얘기했지만 막무가내였다면서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고 과연 내가 아플 때 병원에서 적정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상훈씨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몸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HIV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접하기 어려웠지만 온라인 감염인 커뮤니티에서 구체적인 정보를 얻었다. 커뮤니티를 통해 다른 감염인, 비감염인과 마주하는 시간이 쌓이며 자기 몸으로도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약을 복용한 지 3개월쯤 지났을 때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자 자신감이 생겼다. 그는 제가 질병이 아닌 사람으로, ‘감염인으로서 잘 살아갈 수 있구나를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상훈씨는 지금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 커뮤니티 에서 일한다.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감염인 상담, 인권 침해 상황에 필요한 대응 지원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상담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잘 살고 있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때라고 한다. 상훈씨는 제가 감염돼도 괜찮다’ ‘잘 살 수 있다’ ‘우리도 그런 과정을 겪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기사원문보기 클릭하세요*